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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비빔밥·넌버벌, 국제적 공감의 현장…'비밥'

신문사명
뉴시스
게시일
2012.04.02
조회
21

비트박스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이 들썩였다. 배우들은 별다른 대사 없이 정교한 리듬감·춤사위·노래·익살로 공감과 감동을 선사했다.

3월30일 2000석 규모의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무대에 오는 넌버벌 퍼포먼스 '비밥'이 공연 한류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비밥은 비빔밥과 비트박스, 비보이를 줄인 말로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공연이다. 두 요리사가 음식 대결을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말이 필요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의 정서는 싱가포르인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비빕밤 같은 공연이었다. 비트박스, 비보잉 등 다양한 장르를 섞었다. 한국 배우들과 싱가포르 관객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뒤엉키는 것도 비빔밥을 닮았다.

비밥은 관객의 참여와 호응을 바탕으로 한다. 일본의 초밥, 이탈리아의 피자, 중국의 닭국수, 한국의 비빔밥 등 총 네 번의 음식 대결 과정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레 공연에 발을 들인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음식을 조리할 요리사를 정하고 승패를 결정한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던 관객들은 이내 마음을 열고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무대 위를 걸을 때 배우가 비트박스로 방귀 소리를 내자 민망함도 잊고 갑작스레 멈춰 배우를 실험(?)하는 과감한 행동도 불사한다. 이 때 만들어지는 의도치 않은 웃음은 배우와 무대 위 관객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든다. 공연장에 온기가 한바퀴 도는 순간이다.

배우들의 조합 역시 비빔밥 같다. '난타' '점프'의 홍상진(35), '점프'의 전준우(34) 등 넌버벌 퍼포먼스계의 터줏대감들을 주축으로 힙합가수 송원준(31)과 지난해 '코리아 비트박스 챔피언'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이동재(18) 등 실력파 비트박서들, 손문(25)과 최정길(27) 등 내로라하는 비보이들, 전민지(27)와 정지은(28)처럼 연극·뮤지컬계에서 활약하며 노래실력을 뽐낸 여배우들까지 각 분야에서 자기의 맛을 내는 이들이 무리없는 조화를 이루며 한결같은 맛을 만들었다.

만화를 보는 듯한 잔재미도 있다. 예컨대, 초밥을 먹은 뒤 이어지는 장면은 과장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데라사와 다이스케(53)의 '미스터 초밥왕'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고기가 바닷속에서 생생하게 헤엄치는 것을 입으로 느낄 정도로 맛있음을 표현하는 부분이다. 모든 조명을 꺼놓고 야광 장갑을 낀 손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물고기들을 표현, 동화 같은 장면을 꾸며낸다.

관객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부 탕 아 모이(70)는 "공연을 많이 보러다니는데 이렇게 호흡이 빠른 작품은 처음"이라며 "비보잉과 비트박스, 연기와 춤이 한꺼번에 가능한 배우들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치켜세웠다.

싱가포르 913FM에서 DJ로 활약 중인 차메이어(27)는 "비트박스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등 넌버벌 퍼포먼스인데도 음악적인 요소가 뛰어나 좋았다. 지루하지 않고 매순간이 아주 재미있었다"며 즐거워했다. 애인사이인 에릭(26)과 미셸(28)은 "싱가포르에선 이런 공연을 찾아볼 수 없다"며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작품 이해가 다 됐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쇼케이스를 제외하고 해외에서 정식 공연한 것은 처음인 만큼 배우들도 흥이 올랐다. '레드 셰프' 역을 맡은 홍상진은 "싱가포르 관객들의 호응이 이렇게 좋을 지 상상도 못했다. 공연하는 내내 즐거워 체력적인 소비가 많은 작품인 데도 힘든 줄 몰랐다"며 흥분했다.

한국의 공연제작사 페르소나와 CJ E&M이 제작한 이 공연은 싱가포르 공영방송 미디어코프가 초청했다. 1일까지 공연하며 85%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약 6800명의 관객이 들었다. 가장 싼 표는 38 싱가포르 달러(약 3만4000원), 최고가는 88 싱가포르 달러(약 7만9000원)이며 평균 70 싱가포르 달러(6만3000원)였다. 총 매출액 약 4억3000만원을 올렸다.

비밥은 2009년 '비밥 코리아'라는 30분 공연물로 첫선을 보였다. 2010년 60분짜리 공연으로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시네코아에서 상설 공연 중이다. '난타' '점프' 등 넌버벌 퍼포먼스의 역사로 통하는 최철기(39) 페르소나 대표가 총감독, '점프' '브레이크 아웃'의 전준범 감독이 연출한다. '비밥'이라는 타이틀로는 지난해 5월 국내 초연했다.

싱가포르 공연에 이어 6월부터 태국 베트남 홍콩, 9월에는 일본 마카오 등지로 아시아 투어를 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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