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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기, 뮤지컬과 서커스 비빈다…'비밥'은 시금석

신문사명
뉴시스
게시일
2012.04.02
조회
22

"넌버벌 퍼포먼스를 큰 흐름으로 나누면 서양 스타일과 한국 스타일이 있다. 드라마·캐릭터가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점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드라마와 캐릭터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 넌버벌퍼포먼스가 싱가포르에서 성공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점프' '브레이크 아웃' 등 넌버벌 퍼포먼스를 싱가포르에서 잇따라 성공시킨 공연제작사 페르소나의 최철기(39) 대표는 3월30일 또 다른 넌버벌 퍼포먼스 '비밥' 현지 초연 전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페르소나와 공연제작사 CJ E&M 공연사업부문이 제작하고 싱가포르 공영방송사 미디어코프가 초청한 '비밥'은 30일부터 4월1일까지 2000석 규모의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무대에 올랐다. 4차례 공연에서 85%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주목 받았다.

"'스톰프' '블루맨그룹' '태양의 서커스' 등이 아시아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은 기술력이 뛰어난 데 반해 드라마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비밥은 뚜렷한 이야기 전개가 있기 때문에 이목을 끌었다." 비밥은 비빔밥과 비트박스, 비보이를 줄인 말로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공연이다. 두 요리사가 음식 대결을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국내 공연과 싱가포르 공연에 차이는 없다. "미디어코프 관계자가 자신이 본 한국 배우들 그대로 데려왔으면 좋겠다는 조건 말고는 내세운 게 없었다. 장면을 하나도 바꾸지 않기를 바랐다."

비트박스와 비보잉 등 출연배우 7명 모두 나무랄 구석이 없는 실력을 갖췄다. 최 대표는 "한국 배우들은 어느 나라 배우들보다 에너지가 뛰어나다"며 "표현력과 퍼포먼스 등에서 폭발력이 좋다"고 평가했다.

넌버벌 퍼포먼스는 태생 자체가 대사가 없는 공연이기 때문에 "제작 단계 때부터 해외 관객을 염두에 둔다"는 설명이다. "예전에는 한국적 코미디가 강해 해외 공연을 위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페인 연출가 다비드 오튼 등 '쇼 닥터'를 초청하기도 했다"면서도 "해외 관객을 경험한 지금은 굳이 쇼닥터를 부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외 공연을 위한 정리가 된다"고 귀띔했다.

처음부터 해외에서 공연하기 위한 넌버벌 퍼포먼스도 작업 중이다. 페르소나와 CJE&M이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와 함께 제작, 2008년 선보인 베이징올림픽 기념공연 '젠(ZEN)'이 사례다. 이 작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기획과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비빔밥을 소재로 한 비밥 역시 한국을 주축으로 아시아권을 연계하기 위한 작품이다. 지난해 CJ E&M이 중국 상하이 대극원에 합자법인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와 함께 중국어판 라이선스 뮤지컬 '맘마미아'를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주 문화를 소재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 '플라잉'을 제작 중인데 이 역시 같은 목적이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성공한 뒤 유럽·북미 무대로 옮기는 10여년 전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유럽과 북미가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공연 시장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밥을 네덜란드와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공연하자는 연락이 왔는데 너무 가격을 낮게 부르더라. 고민하다 우리가 오히려 손해를 많아 입을 것 같아 거절했다. 싱가포르를 출발로 하는 아시아 투어 이후 유럽에 진출할 생각은 있다. 한류가 불고 있는 싱가포르는 월드 투어의 시발점으로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여러 나라에서 현지화하는 프로젝트도 고민 중이다."

'난타' 초창기 멤버인 최 대표는 국내 넌버벌 퍼포먼스의 역사로 통한다. "난타, 점프 등을 통해 세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는 경험을 얻게 됐다"며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지만 (넌버벌 퍼포먼스의) 울타리를 너무 한국적인 것에만 가둬둘 필요는 없다"고 짚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 착각하면서 무조건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려는 생각은 바꿔야 한다. 아프리카 전통 공연의 의미를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듯 공연에는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무조건 전통을 강조하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다."

최 대표의 마지막 꿈은 '오페라의 유령'과 '태양의 서커스'를 접목한 공연이다. 뮤지컬과 넌버벌 퍼포먼스가 만나는 지점을 찾고 싶다. "극적인 감동을 여러 가지 기술을 사용해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다. 이러한 과정의 전초전이 넌버벌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이 장르에는 온갖 기술이 다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이용해서 어떻게 감동을 전할 수 있을 지 계속 고민 중이다."

한편, 최 대표는 1일부터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서 '플라잉'을 오픈런으로 공연한다. '비밥'은 시네코아 비밥전용관에서 오픈런으로 무대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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